‘화성에서 온 귀촌인, 금성에 사는 원주민’ 서로를 알아가다
지난 9·10일, 상촌 도마령마을서 마을만들기 대화모임 열려
마곡리 임미순 이장 “주민편의시설 최우선으로 생각해”
둔전리 윤여생 이장, 마을 사업계의 새로운 지평 열어
대화모임 통해 마을을 너머 지역 네트워크 형성까지
한여름 무더위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90명의 마을활동가가 도마령마을에 모였다. 직업과 연령대, 출신지까지 모두 다르지만 마을과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만은 같다. 지역 소멸과 공동체 붕괴 등 다양한 마을 현안을 두고 이들은 밤새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지난 9일, 상촌면 도마령마을에서 제111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 열렸다. 마을만들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지역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상촌면 둔전리에서만 벌써 두 번째다.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영동군 마을만들기협의회와 지역활성화센터가 주관했다.
대화모임은 지역별 마을만들기 활성화와 더불어 전국 단위로 연대 활동을 확대하고자 매월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마을활동가들은 개별 지역에서 진행했던 마을만들기 활동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함께 모색한다.
여주에서 온 A씨는 매번 열리는 대화 모임이지만 “오늘 대화 모임의 주제가 제 마음에 쏙 들어서 왔어요”라며 귀촌인으로써 이번 대화 모임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했다.
전국 마을 네트워크 노영권(전북 진안) 대표는 “회원들부터 이미 관심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다 보니 대화 모임이 이루어질 장소나 주제 선정 같은 경우도 지역에서 먼저 선정을 한 뒤 구체적인 모임 일정 등을 정한다”며 “영동에서는 이번에 귀농·귀촌을 주제로 선정해 대화모임을 신청했으며 이번 대화 모임을 통해 해당 지역 내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와 서로 간 사업 방향 등을 배울 수 있는 지역 조직화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전국 90여 명이 도마령마을에 모여 1박2일 동안 다양한 체험을 하고 참가자들끼리 지역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 도마령’ 지역 카페에서 참가자들이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며 대화모임은 시작됐다. 청년층부터 노년층, 영동 주민부터 경기도민까지 다양하다. 연령대와 거주지를 불문하고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렇게 모였다.
행사를 주관한 군 지역활성화센터 박지현 사무국장은 “귀촌인이 아니면 역량 있는 주민이 부재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원주민들은 귀촌인을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한다”며 “대화모임을 통해 마을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마을만들기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상촌면 둔전리 윤여생(61) 이장은 “지금까지 우리 도마령마을에서 두 번 모임을 진행했다”며 “대화모임은 활동 자금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만큼 마을에 열정이 있고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친환경 장구화분을 이용한 원예 시간도 가졌다. 그린힐링 전달자는 지역 활성화 센터에서 직접 영동읍 사업을 연계한 활동으로 마을 공동체 형성이라는 좋은 취지의 모임인 만큼 더욱 영동에서 펼쳐지는 지역 사업을 연계해 의미가 더해졌다. 덧붙여 장구화분은 국악과 포도 와이너리로 유명한 영동의 특징을 담아낸 모양으로 2025년 영동에서 펼쳐지는 국악 엑스포 유치 기념의 문구가 새겨져 있어 지역 홍보의 역할도 했다.
마을 기업에서 마을 공동체까지
지난해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서 최우수 마을로 지정된 학산면 마곡리 임미순 이장과 약 16년 전 이곳으로 귀촌한 상촌면 둔전리 윤여생 이장이 대표로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마곡리 임미순 이장의 발표를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이내 최우수 마을로 지정된 마곡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학산면 마곡리는 귀촌인도 세 가구뿐인 소규모 마을이지만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바 있다. ▲쓰레기 폐비닐 수거 및 쓰레기 분리수거장 조성 ▲마을 도로 인근 유도등 30여 개 설치 ▲마을 정자와 우물, 주차장 설치 ▲독거노인 반찬 배달 봉사 등 지난해 마을만들기 사업 당시 추진했던 과제들을 소개했다.
임미순 이장은 “우리 마을이 오지 마을이다 보니 마을 사업의 필요성이 느껴져 주도적으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이장에도 출마했다”며 “덕분에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발표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5억 사업을 새로 추진할 것”이라며 “고향을 다시 찾아온 출향인들이 하룻저녁이라도 묵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우수상과 함께 받은 지원금으로 마을을 위한 땅을 사고 경로당을 새로 만들어 주민분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둔전리 윤여생 이장은 귀촌인 대표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 규모 있는 지원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다. 도마령 특산품으로 출시했던 도마령감양갱은 영동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되었으며, 마을사업으로 진행했던 향수 만들기는 교육사업으로 선정돼 영동교육지원청과 MOU를 맺기도 했다. 이에 더해 추후에는 폐교 부지를 활용한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발표를 마친 윤 이장은 “3년 전에 도마령에서 제76회 행사를 했었는데 그때는 대화모임을 완벽하게 주최할 여건이 부족해서 아쉬웠다”며 “이번에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예전에 부족했던 마음의 짐을 던 것 같다”고 안도했다.
덧붙여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70~80평 정도 되는 큰 공연장을 지어서 유료 공연을 진행하며 일자리도 창출하고 수익도 내보고 싶은 마지막 꿈이 있다”며 “다양한 마을 사업을 활성화해 앞으로도 더 좋은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많은 고객을 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에 전국 마을 네트워크 마상헌(전북 진안) 전 사무국장은 “보통은 공동체를 형성한 다음 마을 기업으로 이어지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마을 기업에서 공동체로 확장되는 개념이다”며 “일반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마을 만들기의 또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같지만 다른 영동 마을 이야기
이날 대화모임에는 영동군 마을만들기협의회에서 40명, 외부인 30명, 영동 주민 20명이 참여했다.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자 용산면 청화리에서 방문한 정귀숙(65) 씨는 “마을 이장님 소개로 이번에 처음 참여해본다”며 “다른 마을의 성공사례를 들으니까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우리 마을에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학산면 마곡리에서 외관상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쓰레기처리장을 조성한 사례는 우리 마을에도 도입하고 싶다”며 “도마령마을에서 추진할 예정인 캠핑장 사업도 획기적이고 부럽다”고 말했다.
한편, 설계리 손만택(65) 이장은 “배운 건 많은데 우리 마을에 접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존에 했던 사업들이 있어서 그걸 그대로 이어 나갈 필요가 있어 오늘 배운 내용들을 당장 우리 마을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이장은 “한 번에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며 “오늘 보고 배운 걸 보면서 욕심은 나지만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어 차차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의정부, 강원도 강릉, 전북 진안 등 전국 각지에서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참가자도 많다. 청주에서 방문한 박홍순(61) 씨는 “마을만들기 대화모임에 초창기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데 영동은 처음 방문한다”며 “도시에서 살다가 오늘 와보니까 같은 충북인데도 오는 길이 첩첩산중이라 피서 오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고 전했다.
노영권 대표는 “도마령마을에 세 번 정도 왔는데 항상 깨끗하고 공기가 좋아서 여기 있다 보면 다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도 든다”며 “대화모임에 기대를 크게 하고 왔다”고 밝혔다. 덧붙여 “최소한 이 정도의 네트워크 활동만 꾸준히 해도 어느 정도 갈등이 해결되고 마을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마을 단위에서 활성화가 되면 다음 단계로 주변 마을과의 연계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이번 대화모임의 의의를 전했다.
출처 : 주간영동(http://www.bluestar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