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봉곡리 한마당 강선대 음악회 열려
국화·연잎밥 특산물 판매, 다채로운 공연까지
봉곡리탈출놀이회 ‘양주별산대놀이 탈춤’ 백미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육지 속의 섬 봉곡리. 봉곡교를 중심으로 윗마을 함양여씨, 아랫마을 구례장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던 이 마을의 평화가 깨진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20년 8월 용담댐 방류로 마을이 물에 잠겨 가옥이 침수되고 마을 경관이 훼손된 것. 평생 이 마을에 살아온 주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19년부터 진행된 마을만들기사업은 침체된 마을 분위기를 살리는 기회였는지 모른다.
봉곡리 주민들은 마을만들기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마을 변화와 발전을 간절히 바랐다. 하늘이 도왔을까. 세 단계에 걸친 마을만들기사업으로 마을 앞 꽃길조성부터 역사박물관 조성, 강선대 주변 환경정비활동, 턱골~물빛다리 도로변 남천 2천500주 심기, 턱골마을 앞 900평 연꽃못 조성, 선진지 견학 등을 거쳐 분위기를 차츰 바꿔나갔다. 이 가운데 주민 화합차원으로 탈춤을 배우고 연습한 게 큰 활력소가 됐다고 한다.
조만간 사랑방 카페 신축과 함께 경로당 2층 리모델링을 앞둔 양산면 봉곡리. 올 연말을 맞아 주민들을 위한 기쁨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2일 오전10시 봉곡리 강선대 주차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봉곡리마을만들기추진위원회(위원장 장영래)와 영동군지역활성화센터(센터장 박엄용)가 공동 주관한 ‘신명나는 봉곡한마당 강선대 음악회’가 열린 것.
‘봉곡리 주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개회식 이후 장영래 추진위원장의 섭외로 노인복지관 시니어앙상블 색소폰연주팀 공연과 함께 정수중학교 학생들의 태권도 시범, 양산면 주민자치프로그램 일환인 숟가락난타팀과 노래교실팀 공연, 영동 출향인 모임인 무지개 하모니카팀 연주, 봉곡리탈출놀이회의 양주별산대놀이 탈춤, 에샘학원의 벨리댄스, 지역가수 초청 공연 등이 진행됐다. 행사 중간에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실력을 맘껏 뽐냈다.
강선대 음악회의 백미는 오후 1시30분부터 봉곡리탈춤놀이회 회원 12명이 진행한 탈춤 공연이었다. 주민들은 군 보조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탈춤을 연습했다. 그 결과 3년 전 충북도가 주최한 지역공동체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데 탈춤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날 장영래 추진위원장 또한 탈을 쓰고 주민들과 함께 신명나는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장 위원장의 인사말이다.
“한때는 용담댐 무단 방류로 인해 마을이 침수되고 농지가 쓸려가 주민들이 실의에 빠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역활성화센터 도움으로 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용기를 얻고 환경을 바꿔나가면서 주민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이 한마음이 되어 협조해서 오늘의 결과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주민들이 이처럼 행복을 나누며 살고 있음을 널리 자랑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는 생업을 멈추고 복무도 잊으시고 봉곡리 주민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봉곡리
이날 탈춤 공연에서 태평소를 연주한 봉곡리 주민 변검경(65) 씨는 마을에 귀촌한 지 만 3년 차다. 마을 일원이 되고자 태평소를 열심히 배웠다는 변 씨는 “긴장이 많이 되고 지금도 속이 꼼지락꼼지락해서 (연주가) 잘 될지 모르겠다”며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고, 귀농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게 잘 챙겨주는 봉곡리에 살아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탈춤 공연에서 장구를 친 백순옥(73) 씨는 “20년 전 남편 고향 따라와서 봉곡리가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에서 풍물단 공연을 다니며 연습을 많이 해서 막 떨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봉곡리 부녀회는 전날부터 음식을 준비해 방문객들에게 맛깔난 점심을 제공했다. 또한 행사장 한켠에 부스를 열어 지난 3월부터 마을 연밭에서 직접 키운 연잎, 단호박을 활용해 만든 연잎밥, 연잎떡, 단호박식혜를 팔았다. 이 음식들은 지난 9월19일 KBS1TV <한국인의 밥상>에 봉곡리 마을이 나오면서 소개됐다. 방송 이후 연잎밥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는 후문.
부녀회원 25명과 함께 활동하는 김인자(73) 부녀회장은 남편 고향 따라 봉곡리에 정착한 지 10년째다. 그는 이날 행사가 동네 주민들의 힘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돌아봤다. 김인자 부녀회장은 “동네 분들이 한 분도 빠지지 않고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동네 분들이 연꽃을 직접 심는다는 생각으로 쌀도 여러 가마 내주셔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에게 늘 감사하고 추진위원장님과 이장님, 노인회장님이 다들 도와줘서 내년에는 더 좋은 마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산면 주민자치위원회 생활공예팀도 이날 부스를 열고 방문객들에게 국화를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부터 묘목을 사서 국화를 키웠다는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정혜남(63, 양산면 가곡리) 씨는 “마을에서 큰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양산면에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협조한 주민
마을 방송으로 행사 소식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은 이날 여러 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봉곡리 주민 여운선(84) 강정남(83) 김순갑(75) 최영순(76) 이점순(83) 씨는 “부녀회원들이 애써줘서 점심도 잘 먹었고, 선물도 받아가서 좋다”며 “강선대 인근에 다리가 없었는데 요 근래 생기고 야간에 불빛을 비춰주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양산초 33회 졸업생인 봉곡리 주민 최태식(85) 씨도 “주민들이 모여서 재미난 공연을 보니까 기분 좋고, 이런 행사가 일년에 한번씩 계속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산면 봉곡리는 현재 130여가구, 주민 22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봉곡리 여형구 이장은 “이번 강선대 음악회는 장영래 추진위원장님이 주도해 주민 화합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4년 전 용담댐 방류로 마을 분위기가 침체했는데 마을만들기사업으로 활성화하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화합, 단합이 잘 되고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협조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봉곡리 강선대 음악회는 봉곡리마을만들기 자율개발사업 지역역량강화 일환으로 약 1천500만원 예산으로 진행됐다. 본 행사는 2021년 마을 자체에서 처음 열었고, 2022년과 올해 역량강화 일환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세 번째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관한 영동군지역활성화센터 농촌재생팀 이훈영 팀장은 “항상 봉곡리에 찾아갈 때마다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탈춤 연습하는 모습을 봤다”며 “앞으로도 봉곡리 마을 공동체가 화합하며 갈등 없이 유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 봉곡리 여형구 이장, 군 농촌신활력과 지승구 과장, 김진수 양산면장, 학산농협 박광수 조합장, 월남전참전자회 동대문구지회 고병문 회장, 봉곡리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4시에 공식 행사가 마무리됐다.
출처 : 주간영동(http://www.bluesta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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