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읍 설계리의 한 빈집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을 수리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매곡면의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현택) 활동가들이다.
지난 28일, 그루터기사회적협동조합은 영동읍에서 방치되고 있는 빈집을 찾아가 정비하는 ‘싹치워 팀’ 활동에 나섰다. 이 활동은 영동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으며, 영동군과 영동군 지역활성화센터가 주최하고 있으며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는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사업은 빈집이 방치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 문제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빈집이 많으면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활력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빈집을 정리하여 새로운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이는 영동군이 추진하는 일종의 빈집정비서비스인데, 사업 대상은 방치된 상태로 존재하는 영동읍 빈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영동군 지역활성화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받아 작성한 후, 방문 또는 이메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한편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의 기원은 2019년부터 시작된 매곡면 중심지활성화사업의 하나인 주민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목공 동아리를 조직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영동군 신활력플러스사업의 목공예 교육 액션그룹으로 2년간 심화 훈련을 받으며 전문적인 역량을 키웠다.
2023년 11월, 이들은 사회적경제 조직 설립 지원 컨설팅을 통해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을 공식적으로 설립했다. 그 후 빈집 소유자와 농촌의 주거를 원하는 이들을 연결해 현재까지 매곡면, 추풍령면 등 총 4채의 빈집을 수리했다. 수리된 빈집은 귀농·귀촌인, 다문화가정, 농촌에 부모를 둔 귀향인 등 여러 계층에게 제공됐다.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의 이현택 이사장은 “영동군에 사람은 줄어들고 빈집은 늘어나는데 막상 사람이 살려고 하면 임대로 구할 수 있는 빈집이 없다”며 “빈집에는 어른들이 생전에 버리지 못한 살림살이로 꽉 차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폐허가 되고 결국 누구도 살 엄두를 못 낸다는 게 영동군의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에 작은 물꼬라도 터 보자는 심정으로 오래된 빈집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깨끗한 공간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설계리에 있던 빈집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인데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게 할머니의 생전 취미였다고 한다. 이현택 이사장은 “할머니의 자손들도 이 집을 정비할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었지만 우리가 깨끗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니 할머니의 손자 내외가 경기도 파주에서 이사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런 게 우리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이 희망하는 영동군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현장을 찾은 김석주 영동읍장도 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고 그곳에서 사람이 살게 되면 인구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고, 빈집 근처에 살던 이웃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그루터기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봉사 정신을 갖고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출처 : 주간영동(http://www.bluesta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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