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흔들리는 해초 사이로 물고기가 헤엄친다. 고래는 수면 위를 향해 힘차게 물을 뿜고, 지나가던 거북이가 인사를 건넨다. 학산면에 바다가 펼쳐졌다. 학산너나들이공립지역아동센터 앞, 밋밋했던 30m가량의 돌담길이 오색 찬란한 바다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동의 바다’라는 컨셉으로 학산면 아이들과 주민, 지역 미술 동아리 회원이 힘을 합쳐 만든 결과물이다.
지난달 30일, ‘2024 학산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지역역량강화 문화 나르미’ 프로그램 일환으로 ‘벽화 그리기’행사가 진행됐다. 영동군이 주최하고, 영동군지역활성화센터가 주관한 이 행사는 미관을 해치는 노후된 벽에 그림을 그려서 마을 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영동군 지역활성화센터 박지현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양간면 죽촌리 마을회관 벽, 학산면 박계리 독립군 나무 그림 그리기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된 행사”이며,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행사는 학산너나들이공립지역아동센터 앞 벽에서 진행됐다.
이날 학산너나들이공립지역아동센터에는 마을 주민, 학생, 지역활동가, 미술 동아리 회원으로 북적였다. 사전에 벽 청소를 진행한 마을 주민들은 기존 벽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감이 가득했다.
벽화 그리기 행사를 앞두고, 김대영(72, 학산면 죽촌리) 학산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주민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의 체험이 단순히 책상 앞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는 다르다”며 “여러분 기억에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화가 김혜숙(72, 학산면 도덕리) 씨는 “영동은 바다가 멀리 있기 때문에 일부러 벽화 컨셉을 ‘바다’로 잡았다”며 “내가 잠시 바닷속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좋은 시간 갖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숙 씨는 현재 학산면 도덕리 그림 동아리 팀에서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번 행사에 그림 동아리 팀원들과 함께 참여했다.
행사가 시작되니 학생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해양 동물 앞으로 다가갔다. 돌담 맨 끝, 묵묵히 그림을 그리던 진우석(학산초6) 학생은 벽화를 그리며 “원래 이 길로 잘 다니는데, 원래는 그냥 붉은색 벽이었다”며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오늘 활동이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한 곳에선 어떤 색을 칠할지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해초에 짙은 녹색을 칠하고 있는 최우영(학산초5)학생은 “직접 색을 골라 칠하고 있다”며 “벽화 그리기는 오늘이 처음인데, 뿌듯하다”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덕리 그림 동아리’ 활동가들도 자리를 잡았다. 그림 그리는 학생에게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냐”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붓을 잡고 색을 칠하는 모습을 보니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학생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대영 위원장은 누구보다 마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학산너나들이공립지역아동센터 건립 전부터 오늘 행사가 진행되기까지 공공과 민간 영역, 마을 주민과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서 중간 역할을 자처해왔다. 어른, 아이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김대영 위원장은 “10여 년 전과 달리 마을 학생 수가 절반 정도 줄어 지금은 6명 정도 남아있다”며 “이번 행사로 마을 학생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산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은 학산면 내, 취약한 생활서비스 기능을 채우고, 이 기능을 읍, 리 단위 마을과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업으로 예산은 총 1천 300백만원이 투입됐다. 학산면 중심지와 배후마을(중심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마을) 간 교류 강화를 통해 주민 삶의 질 개선, 정주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세부사업 내용으로 ▲기초생활기반(체육문화복지거점조성, 사랑방 리모델링, 어린이행복놀이마당), ▲지역역량강화(사람더하기, 공간더하기, 문화더하기 등)이 있다.
출처 : 주간영동(http://www.bluestars.kr)